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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11월27일 16시20분 5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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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양국의 대북정책옵션에 대한 평가와 전망

신뢰는 이익의 균형과 제도의 균형이 안정적으로 보장될 때 형성되는 것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6개월 정도가 흐르면서 ‘한반도신뢰프로세스’라는 박근혜정부 대북정책의 구체적 내용이 점차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특히 개성공단문제가 남북의 적절한 양보로 재가동 합의가 이루어지면서 ‘한반도신뢰프로세스’에 대한 국민들의 기대도 높아지고 있다.

 

박근혜정부가 말하는 한반도신뢰프로세스는, 그동안 반복되어온 ‘북한의 위기조성→협상과 보상→위기 재발’의 악순환을 단절하기 위해 ‘강력한 억지에 기초한 검증 가능한 신뢰 형성’을 일관되게 추진하고 이를 통해 점차 북한 비핵화의 여건을 마련해나가려는 것이라고 요약할 수 있다.

 

이는 미국 오바마 정부가 추구하는 소위 ‘전략적 인내’(혹은 ‘온건한 무시’ benign neglect) 정책과 많은 점에서 일치하고 있다. 실제 지난 5월의 한미정상회담에서 오바마 대통령은 한반도신뢰프로세스에 대해 “박 대통령의 접근방식은 매우 공감할 수 있는 것이며 한미 양국이 함께 이룰 수 있는 것이다”라고 평가하면서, 이는 “몇 년간 제가 해왔던 것과 유사하다”고 말한 일이 있다.

 

장기적인 대북봉쇄의 지속가능성

물론 한반도신뢰프로세스가 추구하는 신뢰형성 접근방식이나 신뢰 확대 이후의 남북관계 발전구상 등은, 남북관계보다는 북핵문제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오바마 대통령의 전략적 인내 정책과는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적어도 초기 대북신뢰 형성과정에서 추진할 정책적 옵션에서는 한미 양국의 정책이 큰 차이가 없으며, 오마바 대통령도 바로 그 점 때문에 한반도신뢰프로세스가 ‘제가 해왔던 것과 유사한 것’이라고 말했을 것이 분명하다.

 

 

한반도에서 초기 신뢰구축 과정의 핵심은 북한의 도발적 행태를 억제하는 북한의 행동변화를 어떻게 이루어낼 것인가 하는 문제이다. 북핵 문제 및 북한의 도발적 행태에 대한 대응 방안으로는 여러 가지 다양한 옵션들을 검토할 수 있다.

 

대북제재 강화, 군사적 대북 억지력 강화, 장기적 대북봉쇄 유지, 혹은 북한 핵에 대응하는 한국의 핵무장이나 미국 전술핵의 한국 내 재배치 등 있고, 보다 강경책으로는 대북 무력사용이나 강압적인 정권교체 등이 있을 수 있다.

 

물론 북핵문제 해결을 위해 정전체제 해소를 비롯한 적극적인 현상변경을 추진하는 것도 유력한 옵션의 하나이다. 그러나 ‘한반도신뢰프로세스’나 ‘전략적 인내’는 정전체제의 틀을 유지하는 속에서 북한의 변화를 추구하는 것이기 때문에 적극적 현상변경 노력은 현재의 옵션으로 고려하지 않고 있다.

또 한국의 핵무장이나 미국 전술핵의 한국 내 재배치는 미국이 강력히 반대하고 있고, 대북 무력사용이나 강압적인 정권교체는 전쟁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정책이라 우리 정부로서는 신중할 수밖에 없는 정책이다. 따라서 이 정책들은 현재 한미 양 정부가 합의할 수 있는 정책옵션들이 아니다.

 

 

현재의 한미 양국의 대북정책 옵션은 장기적인 대북봉쇄를 유지하면서, 강력한 억지력을 바탕으로 북한의 도발에 대해서는 제재를 강화하는 것을 기본으로 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즉. 현재 한미 양국의 대북정책은 외교적으로는 유엔 대북제재결의 등을 통해 북한을 고립시키고, 경제적으로는 다양한 수준의 제재를 통한 외부자원 유입의 차단, 군사적으로는 억제와 보복 능력의 강화 등을 장기간 유지하는 ‘봉쇄정책’인 것이다.

 

이러한 봉쇄 위주의 정책은 북한의 핵과 미사일 개발 포기를 유도하고 도발적인 언행을 바꾸게 하는데 그 기본 목적이 있다. 즉 대북제재와 봉쇄를 장기적으로 유지함으로써 북한이 ‘핵 포기’ 외에 다른 대안을 선택할 수 없도록 하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장기적인 대북봉쇄의 현상유지는 그에 따른 문제도 만만치 않기 때문에 여러 상황을 좀 더 신중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

 

북한의 핵능력 확대와 군사모험주의

한반도의 현상유지를 위협하는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북한의 핵 능력 증가이다. 현재 5-10개의 핵무기를 갖고 있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는 북한이 우라늄 농축시설과 5메가와트 흑연감속로를 총가동할 경우 매년 3개 안팎의 핵무기를 추가로 만들 수 있다.

 

또한 완공을 눈앞에 둔 30메가와트 실험용 경수로를 완공해 플루토늄을 생산하면 북한의 핵 능력은 비약적으로 높아지게 될 것이다. 또한 미국 정보기관들의 분석에 의하면 북한은 수년 이내에 핵무기를 탄도미사일에 장착하는 수준의 핵탄두 소형화 기술을 가질 수 있게 될 것이라고 한다.

 

이러한 북한의 핵능력 강화는 크게 세 가지 중차대한 문제를 야기하게 되는데, 그중에서도 가장 심각한 문제는 무엇보다도 한반도에서의 무력충돌의 확전 가능성이다.

 

한반도에서는 어느 일방에 의한 의도적인 전면전 가능성은 높지 않으나, 북한의 핵능력 확대에 따라 우발적 무력 충돌이나 그로 인한 확전의 위험성은 크게 증대되고 있다. 3차 핵실험까지 마친 북한은 핵무기의 위력을 믿고 정전체제를 무력화하려는 군사모험주의 행태를 지속할 가능성이 높다.

 

또 우리 정부 역시 이러한 북한의 도발에 대비해 “현장 지휘관이 먼저 조치를 취하고 나중에 보고하라”는 지침을 하달하고, 나아가 “도발 원점뿐만 아니라 지원세력과 지휘세력까지 응징하겠다”는 확전불사의 태세를 보이고 있다. 뿐만 아니라 미국은 올 봄의 무력시위처럼, 북한의 핵 위협과 한국 내에서의 핵무장 주장을 제어하기 위해 한반도에서 핵 투발연습을 비롯한 강력한 무력시위를 앞으로도 계속할 가능성이 높다.

 

즉 북한은 국지적 도발을 계속하면서도 핵 위협을 동원해 미국의 개입을 저지하려고 할 것이고, 미국은 한국에 대한 안보 공약을 재확인시키기 위해 대북 무력시위를 강화하려고 할 것이다.

 

이처럼 북한의 핵 모험주의, 남한의 ‘능동적 억제’, 미국의 ‘확장 억제’가 악순환을 형성하면 한반도는 순식간에 전면전의 위험에 휩싸이게 될 수도 있다. 그리고 북한은 바로 이점을 강조하면서 핵 보유 하에서의 재래식 군사도발의 효과를 극대화시키려 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의 핵무장 혹은 북한발 핵 확산의 위험

문제는 북한의 핵 능력이 질량적으로 강화될수록 한국의 핵무장론도 점차 제어하기 어려운 상황에 들어서게 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북한의 3차 핵실험 직후의 각종 여론조사를 보면, 우리 국민의 60-70%가 핵무장에 찬성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북한의 핵능력이 강화되어 핵무기 보유량이 40-50개로 늘어나면 한국의 핵무장론은 폭발적으로 확산될 것이다.

 

이에 따라 미국이 또 다시 북한의 위협과 한국의 핵무장론을 ‘이중 억제’하기 위해, 핵 투발수단을 동원한 무력시위에 나서게 되면 한반도 정세는 더욱 심각해질 것이다. 2013년 봄의 한반도 군사위기는 바로 이런 구조 하에서 진행된 것이었다. 만약 북한의 핵능력이 현재의 4-5배 이상 확대된 조건이 되면 한반도 군사위기의 가중도는 더욱 높아질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는 일본 역시 독자적 핵무장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한반도와 동북아의 현상유지의 기본축이 북한-남한-일본으로 이어지는 핵 도미노 현상의 예방에 있는데, 북한의 핵 능력 확대로 인해 시간이 흐를수록 한반도와 동북아의 현상유지는 어려워지게 되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북한발 핵확산의 우려도 심각해질 것이다. 북한은 경제적 목적이든, 미국을 압박하기 위한 수단이든, 이란 등의 국가나 혹은 비국가 행위자들에게 핵을 수출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북한의 핵무기 보유량이 늘어날수록 이러한 가능성도 높아질 것이다.

 

만약 미국이 북한과 이란의 핵 거래를 구체적으로 포착할 경우 미국은 북한이 금지선(red line)을 넘어선 것으로 판단하고 모든 대응수단을 총동원하려고 할 것이다. 이는 한반도 전쟁 위기가 급격히 고조될 수 있는 또 하나의 위험한 시나리오이다.

 

물론 이 지점에서 미국의 딜레마도 커지게 된다. 미국은 북한의 핵 수출이 포착되면 당연히 응분의 대가를 치르게 해야 하지만, 핵전쟁의 위험까지 감수하면서 대북 군사행동에 나서기는 어려운 딜레마에 빠지게 될 것이다.

 

제10회 민족화해상 김문수도지사

한반도신뢰프로세스의 종착역

이상에서 보듯이 장기적 대북봉쇄의 현상유지는 지속가능성에 심각한 의문이 제기될 수 있다. 따라서 대북제재와 봉쇄는 초기 신뢰구축 과정에서 북한의 행동을 변화시키는데 매우 제한적 의미만 지니고 있다. 이는 북핵문제와 관련된 지난 20년의 역사에서도 분명히 드러나고 있다. 북한은 제재와 봉쇄에 따른 경제적 고통을 자신들의 주권과 안보를 지키기 위해 치러야 할 비용이라 생각하고 있으며, 북한의 제재 회피 시도와 내구성도 갈수록 강해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따라서 한미 양국은 핵능력 강화로 나아가려는 북한에 대해 장기적인 제재와 봉쇄로 대응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정전체제가 자신들의 안보를 보장하기 어렵다고 판단하는 북한의 현실인식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 답할 필요가 있다.

 

즉 정전체제의 틀 속에서 장기적인 대북봉쇄와 제재, 그리고 약간의 경제적 지원을 통해 북한을 변화시키는 노력을 지속하면서, 궁극적으로는 정전체제라는 현상의 변경까지 염두에 두는 큰 틀에서의 북한 변화를 추구해나가는 것이 필요한 것이다.

현재의 한반도신뢰프로세스 정책에 의하면 북한이 우리의 신뢰형성 기조에 호응하면 ‘비전코리아프로젝트’를 가동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이 '비전코리아프로젝트'는 이명박 정부 시기의 남북경제공동체 형성에 해당하는 것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경제적 당근은 북한의 행동변화에 매우 제한적이다. 우리 정부가 정전체제를 유지하면서 경제적 보상을 통해 북한의 비핵화를 추구하려 한다면, 북한은 경제적 보상 대신 정전체제의 해소와 핵보유국 지위를 동시에 추구하려 할 것이 분명하다.

 

따라서 한반도신뢰프로세스는 불안정성이 가중되고 있는 정전체제의 유지를 전제로 할 것이 아니라 정전체제라는 현상의 변경도 가능하다는 신호를 북한에 던져줄 수 있어야 한다. 초기 신뢰형성과 별개로, 한반도에서의 근본적인 신뢰구축과정은 결국 ‘정전체제의 해소와 한반도 평화체제로의 현상변경’과 ‘북한의 비핵화’를 맞바꾸는 것을 합의하고 이를 추진해나가는 과정에서 이루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신뢰는 이익의 균형과 제도의 균형이 안정적으로 보장될 때 형성되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한반도신뢰프로세스는 안정적인 이익과 제도의 균형을 보장하는 새로운 한반도 질서, 즉 한반도 현상유지의 핵심인 정전체제의 해소를 통한 평화적인 현상변경에 대해서도 포괄적인 비전을 제시해야 정책적 완결성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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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성찬편집장 (press@gbstv.kr)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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